<식량정상회의> DDA, 글로벌 식량위기에 藥인가 毒인가 - 1
(로마=연합뉴스) 이 유 특파원 = 3일 로마에서 개막된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이 또 다른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연내 타결을 목표로 막바지 역주를 펼치고 있는 도하라운드 협상이 올해 최대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글로벌 식량위기를 타개하는데 약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됐다.
식량가격 폭등에 따른 글로벌 식량위기를 두고 전 세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던 와중에 맨 먼저 도하라운드가 중.장기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창한 인물은 다름 아닌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이었다.
선진국의 막대한 농업 보조금이 개도국의 식량생산 및 농업투자를 저해하는 만큼 도하라운드를 통해 그 것을 대폭 축소하는 동시에 농산물 수입관세를 대폭 낮춰 국제 식량시장의 왜곡된 수요.공급 시스템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였다.
라미 총장은 지난 4월 29일 기자회견에 이어, 지난 달 8일 WTO 일반이사회 연설을 통해서도 "WTO가 현 위기를 해결하는데 즉각 도움을 줄 수는 없더라도, DDA 협상을 통해 중.장기적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국 정부 및 국제기구들과 더불어, WTO는 국제 식량시장의 체계적 왜곡 상태를 해결해 식량가격 폭등의 영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DDA 타결은 "세계시장 및 늘어나는 국제무역에서 왜곡을 줄여 수요 변화에 맞춰 더욱 빠르고 효과적인 공급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라미 총장이 글로벌 식량위기 해소의 한 방안으로 도하라운드를 거론하고 나선 데는 어떻게 해서든지 7년간 지지부진했던 도하라운드 협상을 자신의 임기내에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개인적 사정도 적잖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있다.
경위야 어쨌든 그의 이 같은 주장은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이어,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각료회의에서도 호응을 받고 있다.
이날 유엔 식량안보정상회의에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연설을 통해 글로벌 식량위기를 완화하는 한 방안으로 "농업 보조금과 관세로 인한 대규모 왜곡을 제거하면서 도하라운드를 타결하는 것"을 제시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번 도하라운드 협상에서 어떻게 해서든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농업 보조금의 대폭 감축을 따내려는 브라질은 앞장서서 라미 총장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날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선진국들의 농업 보조가 의존과 전 생산체계의 파괴, 그리고 기아와 빈곤을 초래한다고 비난하고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것은 가능한 한 조속히 DDA 협상을 성공적으로 매듭짓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일 페루의 아레키파에서 개최된 APEC 통상각료회의에서 21개 회원국 각료들은 성명을 내고 무역개방을 더욱 확대해 식량가격 폭등에 따른 글로벌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면서 DDA 협상의 연내 타결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l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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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 총장의 이 같은 `도하라운드 만능론'에 대한 이렇다할 반박이 그동안 없었으나, 3일 로마 정상회의장에서 국제 NGO(비정부기구)들이 비로소 칼을 꺼내 들었다.
옥스팜 인터내셔널과 액션에이드 인터내셔널을 포함해 50개국에서 237개 국제 NGO와 농민단체, 노조, 시민사회단체들이 반 유엔총장과 라미 WTO 총장을 비롯한 유엔 기구 및 관련 국제기구 대표들에게 반박 공동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들 단체는 서한을 통해 "현 식량위기에 대한 무능한 위기관리는 지난 30년간에 걸친 농업 부문의 시장규제 완화의 실패를 뜻한다"고 단정짓고, "도하라운드의 타결이 현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하라운드는 현재 알려진 것과는 달리 식량가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하고, 개도국의 수입의존도를 높이며, 식량 및 농산물 시장에서 다국적 농업기업들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식량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들은 도하라운드가 현 글로벌 식량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거로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도하라운드가 목표로 삼는 무역자유화는 국제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반면, 각국의 국내 식량생산 투자를 줄임으로써 식량가격의 불안정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농산물 수입관세 장벽을 제거할 경우 대규모 농업 보조금을 받은 선진국의 농산물이 개도국으로 덤핑되고, 식량 순수입국인 개도국의 3분의 2 가량에서 식량수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그 결과 자국민에 대한 식량안보 능력이 더욱 감퇴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다음으로 식량가격 폭등으로 재미를 보는 측은 식량 및 농업 부문의 교역을 통제하는 다국적 농업기업들과 원자재 카르텔이며, 도하라운드도 결국은 농업시장 규제완화로 번창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입장만을 강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셋째로 도하라운드는 글로벌 식량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과제들, 다시 말해 기후변화와 천연자원 고갈, 원유가 폭등, 세계 원료시장의 경쟁 부재, 금융 투기, `지속가능하지 않은' 바이오 연료 생산의 급속한 팽창 등을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에서 이들은 ▲탄력있는 식량 및 농업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국 정부 및 공동체의 정책수단 보장 ▲식량위기를 벗어나고 소농들의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각국 및 글로벌 차원의 정책을 통한 농산물 가격 불안정성 해결 ▲기아의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 정부의 사회안전망 및 공공배분 시스템 구축 ▲식량구호 체계 개혁 등 4개 항을 요구했다.
한편 WTO 152개 회원국 실무협상 대표들은 지난 달 19일 농업 및 NAMA(비농산물) 그룹 의장이 각각 제출했던 농산물 및 비농산물 부문의 자유화 세부원칙(modalities)을 담은 재수정안을 바탕으로 2주째 도하라운드 연내 타결의 협상기초인 자유화 세부원칙 합의를 위한 실무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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