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우리 단체의 김혜경 사무총장님이 일본 G8 정상회의의 NGO 포럼에, GCAP(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 빈곤퇴치를 위한 세계적인 NGO 네트워크) 한국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곳에 다녀오시고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이 후쿠다 총리에게 빈곤 퇴치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 부분이었습니다.
G8 정상회의 NGO포럼이라고는 하나, 후쿠다 총리에게 GCAP이 어떤 곳인지, 어떤 행동을 촉구해야하는지 설명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5분이었다고 합니다. GCAP에서 총장님께 후쿠다 총리에게 전달하라고 준 Talking Point Paper는 7~8장에 달했다고 하고요.
저희 총장님은 짧은 시간에 어떤 키메시지로, 어떤 액션을 취해야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셨답니다. 총장님께서 생각한 아이디어는 바로 GCAP의 상징인 화이트밴드였습니다. 하나는 본인이 차고, 또 하나는 미리 옷 주머니에 넣어두셨답니다. 계속 기회를 노리다가 후쿠다 총리에게 인사를 하는 시간에 "GCAP은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시민사회 네트워크입니다.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상징인 화이트밴드를 선물로 가져왔는데 채워드려도 될까요?"라고 했고, 즉석에서 후쿠다 총리가 좋다고 해서 하단과 같은 사진컷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후쿠다 총리와 NGO 관계자들의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언론에 공개될 수가 없었지만 저희 총장님이 후쿠다 총리에게 화이트밴드를 채워주는 장면은 일본 시사통신사를 통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그 컷에 대한 바이라인(byline)은 이렇습니다.
후쿠다 총리가 국제적인 NGO 네트워크 GCAP의 김혜경 한국 대표로부터 빈곤퇴치 캠페인의 심볼인 화이트밴드를 받으며 귀중한 의견을 G8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 총장님의 화이트밴드 아이디어는 GCAP 사무국에서 지시해준 전략이 아니었습니다. 총장님께서 어떻게 하면 짧은 시간에 키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것을 언론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고민해서 나온 전략이었지요. 포토세션을 종종 진행했었던 저의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이것은 매우 훌륭한 전략이라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사진도 보도되었고, 바이라인에도 키메시지가 전달되었으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PR업계에서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다고 해서 저희 단체에서는 저를 PR전문가로 대접해주고 있는데, 훨씬 더 전문적인 총장님이 계시니 제가 할 일이 없네요. ^^ 저희 총장님도 GCAP 사무국에서 하라는대로 했다면 이런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겠지요.
저도 CEO나 한국에 방한하는 외국계 기업 대표들을 위한 Interview Brief를 만들고 Talking Point를 전달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우선 Talking Point를 Point답게 만드는 것이 우선이겠지만(7~8장이면 그걸 Point라고 할 수 있을지...),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도 보았습니다. (외국계 기업 대표들은 Talking Point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는데, 한국 임원들 중에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 )
이번 케이스를 보면서, 키메시지를 전달하는데에는 무엇보다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의 능동적인 태도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무튼 우리 김혜경 총장님, 멋지세요~ ^.~
"세계는 쉽게 변할 수 있다"
G8 의장국 일본 후쿠다 총리와 NGO간 정책대화
편집자 주) 이번 호 ODA Watch 포커스란을 빌려 시민사회신문 제 58호에 실린 김혜경 ODA Watch 실행위원(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의 기사를 게재한다. 김혜경 위원은 GCAP국제운영위원장 자격으로 "2008 일본 G8 정상회의 NGO포럼"에 참가하여 일본 후쿠다 총리를 만나고 왔다.
<후쿠다 총리에게 화이트밴드를 채워주는 김혜경 사무총장.
오른쪽은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총재인 제레미 홉스.>
오는 7월에 일본 도야코에서 개최되는 G8은 일본 NGO들이 글로벌 이슈에 대해 국제NGO들과 연대활동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2007년 1월에 출범한 “2008 일본 G8 정상회의 NGO포럼”에는 현재 140여개 NGO들이 환경, 개발, 인권 등 3개 주제로 나뉘어 G8에 시민사회의 의제와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8일 일본 총리공관에서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 NGO들의 정책대화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일본 NGO들에 따르면 후쿠다 총리가 국제NGO들과 이런 모임을 갖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NGO측에서는 일본 NGO포럼 의장과 부의장 3명, 주제별 대표 3명이 참석했으며, 국제NGO에서 7명의 대표가 참가했다. 참가단체는 필자가 속한 GCAP(Global Call to Action against Poverty)을 포함해 옥스팜 인터내셔널, 최빈국 감시(LDC Watch), WWF, 그린피스, 국제투명성기구, 국제앰네스티 등이었다.
유가폭등•식량위기로 개도국 주민 생계 위협_ ‘위기의 정상회의’ 경계
회의 시작 전 회의장 앞에서 후쿠다 총리에게 ‘타나바타 행동(Tanabata Action)’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GCAP과 일본 NGO들이 전개하고 있는 ‘타나바타 행동’은 G8국가들이 빈곤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 과거에 한 약속들을 이행하고 진일보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캠페인이다. ‘타나바타’란 7월 7일을 뜻하는데, 일본에서는 이 날 이듬해의 소원을 종이에 적어 대나무에 매다는 풍습을 갖고 있다. 여기에 착안하여 시작된 ‘타나바타 행동’에 약 40만명의 세계 시민들이 동참하여 교육, 보건과 에이즈, 기후변화, 원조 등에 대한 소망을 온라인으로 전해왔다.
<회의장 모습. 왼쪽이 후쿠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측, 오른쪽이 NGO 대표단이다.>
‘타나바타 행동’에 40만명 동참
이벤트 중 GCAP을 대표하여 참석한 필자가 후쿠다 총리에게 GCAP을 소개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GCAP은 세계 100여 개국에 회원조직을 갖고 지구촌 빈곤퇴치를 위해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시민사회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GCAP은 독일에서 개최된 2007 G8 정상회의에 120만 명의 탄원서를 접수하여 메르켈 수상에게 전달했으며, 올해에도 G8 직전에 G8 의장인 후쿠다 총리에게 타나바타 행동과 탄원서를 전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어서 GCAP의 상징인 화이트밴드를 총리의 오른쪽 팔목에 끼워주자, 한국어로 또렷하게 “감사합니다”라고 했다. 행사 후 화이트밴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총리비서관에게 화이트밴드는 빈곤퇴치를 의미하며 거기에 새겨진 세 개의 별은 3초에 한 명씩 소중한 어린 생명이 죽어가는 걸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총리와의 회담은 비공개 회의였다. 회의에 앞서 한 시간가량 일본 NGO들과 회의 형식과 내용에 대해 최종 조율했다. 주어진 90분 동안 환경, 개발, 인권의 순서로 의견을 발표하기로 하고 각 발표자들이 말할 내용들을 공유했다. 일본 NGO측에서 회의 중에 총리가 발언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4월에 교토에서 개최되었던 ‘시민 G8 대화 (Civil G8 Dialogue)’에서 느꼈지만, 일본 NGO들은 정부와 제한된 시간 동안의 회의를 준비할 때 형식과 내용에 대해 사전에 합의한 후 철두철미하게 시간을 지키는 것이 특징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NGO 대표단. 왼쪽부터
GCAP 김혜경 대표, 아키야마 코지 홋가이도 대표, 오하시 마사키 일본 NGO포럼 부의장, 옥스팜의 제레미 홉스씨, 일본 NGO포럼 호시노 마사코 의장이다.>
회의석상에는 후쿠다 총리 외에 G8 예비교섭관리(sherpa)인 외무성의 코노 심의관이 자리했으며, 재무성, 환경성, 문부과학성 등에서 5명의 고위공무원들이 배석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회의는 미리 정해진 순서에 따라 각 주제별로 NGO측의 발표, 후쿠다 총리의 발언과 질의응답을 위해 각 25분씩 배정되었으며, 정확히 5시 반에 회의가 끝났다.
지난해 ODA 60억 불 감소
NGO 대표들은 G8 정상회의에 대한 그들의 우려와 바람을 전달했다. 옥스팜의 제레미 홉스는 유가 폭등과 식량 위기가 개발도상국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이번 도야코 G8 정상회의는 ‘위기의 정상회의(Crisis Summit)’라고 명명하고, G8에서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강도 높은 논의를 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필자는 G8 국가들이 과거 정상회의에서 약속했던 사항들을 더 늦기 전에 실천에 옮겨줄 것을 촉구하고, G8 의장인 후쿠다 총리가 G8 정상들의 정치적 의지를 모아내는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07년 G8 국가들의 ODA(공적개발원조)가 60억 불이나 감소한 사실을 언급하고, G8의 지원이 없이는 밀레니엄개발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LDC 워치의 아르준 카르키는 일본정부가 향후 5년간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를 두 배로 증액하겠다는 방침은 환영하지만, 그로 인해 최빈층 인구가 밀집한 남아시아 등에 대한 원조가 줄어들지 않아야 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원주민 권리 UN선언 이행 촉구
환경과 인권의 주요 이슈들은 결국 개발 이슈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 발언한 WWF의 킴 카르스텐센은 일본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도 기준 60~80% 감축하자는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한 데 찬사를 보내며, 구체적인 중간목표 설정에도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개도국들이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강력한 방안과 재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회의장 입구에 설치된 ‘타나바타 행동’에 매달린 G8에 대한 소원들.
“세계는 쉽게 변화될 수 있다”는 문구가 보인다.>
인권분야에서는 인권, 개발, 안보의 상호연관성과 ‘권리에 기반한 개발’의 개념이 강조되었다. 앰네스티의 테라나카 마코토와 피스보트의 카와사키 아키라는 식량, 보건, 교육은 인간의 기본권이며 이러한 인류보편적인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십이 중요하고 G8 국가들부터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홋카이도에서 온 대표는 G8을 앞두고 일본의회가 홋가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한 것을 환영하며, 일본정부가 ‘원주민 권리에 대한 UN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투명성기구을 대표해 참석한 김거성 목사는 부패 척결과 발전의 상관관계를 강조하며 일본정부가 반부패협약을 비준하고 부패척결을 위해 G8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기후변화 대처 5년간 300억엔 증액
후쿠다 총리는 주제별로 모든 발표자들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응답하려고 노력했다. 때때로 외무성의 코노 심의관이 G8의 사전협상대표로서 발언을 했다. 후쿠다 총리는 일본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향후 5년간 300억엔의 R•D를 증액한다거나 세계은행이 후원하는 청정기술기금에 12억불을 공여하겠다는 등 이미 공개된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응답했다. 반면 일본의 ODA가 24% 감소했다는 지적이나 ODA의 증액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밀레니엄개발목표의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도야코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후쿠다 총리는 시종일관 매우 성의 있게 응답했지만 첨예한 부분에 대해서는 되도록 언급을 피했으며, 마무리인사에서 G8 의장으로서 시민사회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G8에서 논의가 되도록 노력하겠으며 이러한 파트너십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회의 이후에 총리의 발언을 직접 인용하지 말라고 했던 건 기우가 아니었나 싶었다. 어쨌든 규칙은 규칙이니만큼 일본 NGO측의 요청에 따랐다.
정상회의와 NGO회의 지역 달라
다음날인 19일에 NGO 참가자 4명이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내용에 대한 브리핑시간을 가졌다. NGO측에서는 경호 상의 이유로 G8이 도야코에서 개최되는데도 불구하고 NGO회의를 삿포로에서 개최하게 된 점에 유감을 표했다. 참가자들은 일본정부에서 NGO회의 참가자들에게 비자 발급 등에 불편이 없도록 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서 변호사팀도 대기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번 정책대화는 일본 및 국제 NGO들에게는 물론 후쿠다 총리에게도 이례적인 기회였다. 특히 G8 국가가 아닌 한국인로서 G8 의장과 글로벌 이슈에 대해 대화함으로써 G8 정상회의 절차에 관여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번에 느낀 점은 나라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도 커지고, 그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때 세계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험으로 느낄 수 있었다.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7.4.7 공약을 내세웠을 때 국민들에게 경제성장에 대한 꿈은 주었지만 G7이 되었을 때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의 크기에 대해서 얼마나 깊이 있게 고민했는지 궁금해진다.
소외된 지구촌 사람을 떠올리다.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사회 연대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실감했다. 연대를 통해서 개별 NGO로서는 할 수 없는 기회와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더욱 강력한 연대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본 GCAP에서는 일본 NGO포럼과 함께 행사 절차와 형식에 대해 협의하는 동안, GCAP G8그룹에서는 영국에 있는 캠페인 매니저가 주요 논점을 정리한 문서를 작성해 보냈다. 이 모든 절차는 남아프리카에 있는 GCAP 사무국을 비롯한 10여 개국 관련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되었다.
회의 이후 기자회견과 필자의 참가후기, 아시아 GCAP 동료들의 격려 이메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였다. 정보화와 세계화의 위력을 새삼 느끼면서 한편으로는 그 때문에 더더욱 소외되어가는 지구촌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러한 행사나 회의가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진다.
작성 : 김혜경 지구촌나눔운동 사무총장 (경실련 국제위원, GCAP 국제운영위원)
기사출처 : 시민사회신문 홈페이지 http://www.ingopress.com/ArticleRead.aspx?idx=3053